형사
지하철에서 추행을 했으나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본문
[형사 – 지하철에서 추행을 했으나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못한 경우에도 성폭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의 기수범이 성립할까요?]
1. 들어가며
오늘은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성희롱을 언급할 때,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판결의 법리를 살펴보면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피고인이 지하철에서 추행했으나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못한 경우에도 성폭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의 기수범이 성립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도7102 판결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20. 5. 19. 법률 제172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입법 취지는 도시화된 현대사회에서 다중이 출입하는 공공연한 장소에서 추행 발생의 개연성과 함께 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이 높아진 반면, 피해자와 접근이 용이하고 추행장소가 공개되어 있는 등의 사정으로 피해자의 명시적·적극적인 저항이나 회피가 어려운 상황을 이용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추행행위로 말미암아 형법 등 다른 법률에 따른 처벌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추행'이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양태,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도17441 판결 참조).
성폭력처벌법 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죄가 기수에 이르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할 만한 행위로서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행위자가 대상자를 상대로 실행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행위자의 행위로 말미암아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반드시 실제로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다.
3. 마치며
위 판결의 내용을 다시 정리해보면, 구 성폭법 제11조의 입법취지를 고려했을 때, 추행이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위 죄가 기수에 이르기 위해서는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반드시 실제로 느끼는 것을 요구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상식으로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껴야 성추행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실 수도 있는데, 위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일반인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 정확한 개념을 알아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