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어떤 사람이 격리기간 종료일에 대하여 착각한 경우 처벌될까요?본문
1. 들어가며
대법원 판결을 위주로 어떤 사안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판단의 기준이지만, 하급심 판결들을 살펴보는 것은 정말 구체적으로 해당 사안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오늘은 감염병예방법위반에 관한 사안을 살펴볼텐데요, 어떤 사람이 격리기간 종료일에 대하여 착각한 경우 어떤 기준으로 처벌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함께 알아보시겠습니다.
2. 수원지방법원 2020. 12. 20. 선고 2020노4720 판결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보건복지부장관은 2020. 1. 8.경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을 제1급감염병으로 분류하였다.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급감염병이 발생한 경우 감염의심자에 대하여 자가격리를 할 수 있고, 감염병의 전파방지 및 예방을 위하여 감염병의심자를 적당한 장소에 일정기간 격리할 수 있으며 그 격리조치를 받은 사람은 격리조치를 위반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은 2020. 4. 17. 해외에서 입국하여 위 감염병의심자에 해당하므로 안양시장으로부터 입국일부터 2020. 5. 1. 24:00까지 거주지인 안양시 (주소 생략)에 자가격리하도록 조치되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격리기간 중인 2020. 5. 1. 12:00경부터 같은 날 20:00경까지 사이 쇼핑 및 외식 등 개인용무를 위해 위 격리장소를 무단으로 이탈하여 격리조치를 위반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격리조치 위반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에 대한 안양시장 명의 격리통지서 하단 말미에 “(입국일은 격리일수에 포함 안 됨)”이라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상단 격리기간에는 시각의 기재 없이 “격리기간 : 2020. 4. 17. ~ 2020. 5. 1.”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어 통지서의 수신인이 꼼꼼히 따져보지 아니하면 격리기간 만료시각이 2020. 5. 1. 00:00인지 2020. 5. 1. 24:00인지 헷갈릴 소지가 있다.
② 피고인은 2020. 4. 17. 아침 일찍 07:10 비행기로 도착하기에, 2020. 4. 16.부터 2020. 5. 1.까지 15박 16일간 호텔을 예약하여 가족들을 숙박하게 하고 본인은 집에 격리하였는바, 격리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피고인이 2020. 5. 1. 체크아웃으로 호텔을 예약한 것은 격리기간을 2020. 5. 1. 00:00까지로 인식하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③ 피고인이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도 ‘격리기간이 5. 1.까지이므로 4. 30.에 끝난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④ 피고인의 자가진단 담당공무원이 2020. 5. 1. 10:34 피고인에게 “그동안 고생 많으셨는데 오늘까지만 진단해주시면 되시구요... 오늘 오후에 보건소에서 연락드립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피고인은 격리기간이 끝난 다음에도 자가진단과 보건소의 연락이 행정절차상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였을 뿐 5. 1.도 격리기간인지 미처 알아채지 못하였다고 주장하고, 위 문자에 피고인이 격리기간이 끝난 것처럼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덕분에 안전하게 자가격리 마무리하였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낸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변소는 납득할 만하다.
다.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 판결에 대하여는 검사가 항소하였는데요, 이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격리기간 종료일이 격리 시작일로부터 14일째 해당하는 날의 24:00가 아닌 00:00인 것으로 오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이라고 한다) 등 관련 법령을 잘못 해석한 것으로서 구성요건적 고의의 문제가 아니라 위법성의 인식에 관한 법령의 부지 또는 법령해석의 착오 문제에 해당하여 형법 제16조에서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고의범으로 처벌된다.
그런데 피고인은 격리통지서를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격리기간 종료일을 앞당겨 해석하였으므로 위 규정을 잘못 해석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의 격리기간 준수 여부에 관한 고의 문제로 보아 피고인에게 그러한 고의가 없다고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라. 당심의 판단
검사의 항소이유는 피고인의 착오는 위법성의 인식의 착오에 불과하므로 유죄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이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형법 제16조에서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이다(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0도169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감염병예방법 제79조의3 제5호, 제49조 제1항 제14호 위반죄는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한 격리조치를 위반하여 격리기간 또는 격리장소를 무단으로 이탈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처벌하는 규정이므로, 행위자에게 지정된 격리기간 또는 격리장소를 이탈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형법 제13조에 따라 본죄가 성립하지 않고(이른바 구성요건적 착오), 행위자에게 지정된 격리기간이나 격리장소를 이탈한다는 인식과 의사는 있으나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한 경우에는 형법 제16조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 처벌을 면하게 될 것이다(이른바 금지착오).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피고인의 주장은 격리기간 종료일이 입국일인 2020. 4. 17.을 포함하여 14일째 해당하는 날의 24:00로 오인하여 2020. 5. 1. 00:00경 격리기간이 종료된 것으로 알고 같은 날 12:00경부터 20:00경까지 외출을 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의 사정들 등에 의하면 피고인의 위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에 따르면 피고인이 2020. 5. 1. 위와 같이 외출하였을 당시 피고인은 격리기간이 이미 종료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와 다르게 격리기간 내임에도 외출을 하겠다는 인식과 의사는 있지만 그것이 법령에 의해 허용된 행위라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은 형법 제16조에서 규정하는 법률의 착오 문제가 아니라 형법 제13조의 구성요건적 착오, 즉 행위 당시 격리기간 내임에도 이탈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고의 문제로 봄이 상당하다. 원심은 이와 동일한 전제 아래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격리조치 위반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므로, 원심판결에는 검사의 주장과 같이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3. 마치며
오늘은 구성요건적 착오와 금지의 착오라는 어려운 개념들이 판결에 적용되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구성요건적 착오는 행위자에게 범죄에 대한 고의나 인식이 없었으므로 범죄가 성립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금지의 착오는 행위자에게 범죄인지에 대한 인식은 있었으나 그것이 처벌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행위에 나간 것을 의미합니다.
항소심은 위의 개념을 이 사건에 적용하여 행위자에게 지정된 격리기간 또는 격리장소를 이탈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형법 제13조에 따라 본죄가 성립하지 않고(이른바 구성요건적 착오), 행위자에게 지정된 격리기간이나 격리장소를 이탈한다는 인식과 의사는 있으나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한 경우에는 형법 제16조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 처벌을 면하게 된다(이른바 금지착오)고 판단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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