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긴급체포 과정에서의 임의제출본문
1. 긴급체포와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
긴급 체포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범죄 피의자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있어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에서 검사나 사법경찰관으로 하여금 영장 없이도 체포를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영장주의의 예외에 해당하는 만큼 형사소송법에서는 그 기준에 대해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상의 임의제출 또한 영장주의의 예외로, 형사소송법 제218조에서는 “검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의자가 임의제출한 물건 등은 영장없이 압수하여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피의자를 긴급체포를 하면서 휴대전화와 같은 피의자의 물건을 임의제출의 방식으로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경우, 그 물건은 적법하게 압수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을까요? 최근 긴급체포시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피의자의 휴대전화에 관하여 증거능력을 부정한 판례가 나온바, 이에 대해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0. 8. 선고 2019고합441 판결
경찰은 피고인 A씨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등을 이유로 긴급체포를 하면서, 당시 현장에서 피고인에게 휴대전화가 어디 있는지를 물어 피고인이 당시 몸에 지니고 있던 삼성 갤럭시 휴대폰 및 아이폰을 임의제출의 방식으로 확보하였고, 그곳에서 피고인이 삼성 갤럭시 휴대폰의 잠금장치 패턴을 해제하도록 한 후 필로폰 및 대마 매매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J 등과 주고받은 N 메시지 및 피고인 등이 메모장 애플리케이션에 작성한 메모 내용을 발견하고는 그 중 일부를 경찰관의 휴대전화로 사진 촬영한 사안입니다. 공판 과정에서는 긴급체포를 하면서 A씨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다투어졌습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근거로 긴급체포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한 것은 위법수집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①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수사기관은 사후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야 하는 제약을 피할 수 있게 되어, 긴급체포에 수반된 압수·수색 또는 검증에 관하여 위와 같은 조항을 둔 취지가 무력화될 위험이 있다.② 그 같은 위험은 근래에 이르러 보편화된 휴대전화(이른바 스마트폰)를 대상으로 한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수색의 경우에 더욱 커진다. 즉, 종전 일반적인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 가운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주거의 자유에 대한 침해 등이 주로 문제되었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의 경우에도 시간상 제약 등으로 무제한적인 수색은 어려운 반면, 휴대전화는 대량의 전자정보를 저장하는 저장매체일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서버에 전자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활용하는 단말기이기도 하므로 휴대전화가 담고 있거나 이를 통해 입수할 수 있는 수많은 문서, 동영상, 사진 등 파일은 내밀한 영역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삶 전반에 걸쳐 그 내용이 다종 · 다양하고 범죄혐의와 관련 있는 정보와 무관한 정보가 혼재되어 있어 종전 일반적인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보다 그 대상 범위가 훨씬 광범위하고, 파일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무제한적인 수색(탐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을 통해 휴대전화를 손쉽게 입수함으로써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무분별하게 침해하는 등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③ 따라서 수사기관이 긴급체포 현장에서 피의자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의 방법으로 확보하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영장주의의 원칙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다만 면도칼 등 날카로운 도구를 숨기거나 폭발물 등의 원격 조정에 사용되는 등 휴대전화가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수사기관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무기로 사용되거나 피의자의 도피를 유발하는데 사용되는 경우, 약취 또는 인신매매된 사람의 위치 정보 등과 같이 휴대전화에 특수한 생명·신체와 관련된 위협에 관한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경우, 증거인멸 또는 은닉의 방지가 긴급히 필요한 경우 및 용의자 긴급추적, 긴급구조 등 아주 예외적으로만 임의제출에 의한 휴대전화의 압수·수색이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3. 마치며
긴급체포, 현행범체포와 같은 영장주의의 예외에 해당하는 체포는 급박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는 긴급체포, 현행범체포와 더불어 피의자한테 임의제출 형식으로 피의자의 휴대전화와 같은 물건들을 영장없이 압수하여 형사소송에서의 증거로 활용하는 경우가 잦았으나, 위 판례로 인하여 이제 이와 같은 수사는 극히 예외적인 사유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하게 된 것이 해당 판례의 의의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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