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중매매와 배임죄본문
1. 들어가며
부동산 매매계약은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계약인 만큼 복잡한 형태의 계약이 많고, 그에 따른 법적 분쟁도 상당히 잦은 편입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법률 분쟁의 형태는 바로 부동산의 ‘이중매매’인데요, 여기서 이중매매라 함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부동산을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해 놓고 다른 제3자와 동일한 부동산에 관하여 다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부동산 이중매매는 거래 안전을 저해하고 선 매수인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형사상으로 처벌이 가능한지에 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집니다. 대법원은 부동산 이중매매의 배임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 일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16228 판결
이 사건 피고인 A는 2015. 9. 18. 피해자 주식회사 B에게 피고인 소유의 이 사건 토지를 52억 원에 양도하되 10억 원(계약금 4억 원, 중도금 2억 원, 잔금 4억 원)은 실제 지급하고, 나머지 42억 원은 이 사건 토지에 설정된 C조합 명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방법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 및 사업시행대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은 2016. 3. 31. 제3자인 D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고 2016. 4. 4. F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줌으로써 배임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피고인 A씨의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였습니다. “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 · 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요약하자면, 부동산 매매계약이 계약금만 지급된 상태에서 매수인이 이중매매를 한다면 이를 배임죄로 볼 수 없지만, 계약금에 이어 중도금까지 지급된 상태에서 매수인이 이중매매를 한다면 이는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3. 마치며
결국 부동산의 이중매매를 한 매도인을 배임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의 매매계약이 어느 정도 상황까지 진행되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계약금만 지급된 상태에서는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매매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어 형사상 처벌의 필요성이 없지만, 중도금까지 지급된 상태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불가능하기에 형사상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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