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저당권이 설정된 자동차를 임의처분한 경우 혹은 자동차를 이중양도…본문
1. 들어가며
최근 대법원 판결의 흐름에서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띕니다. 오늘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려 자동차에 저당권을 설정한 채무자가 그 자동차를 매각한 경우에 배임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2020. 10. 22.자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대법원 2020. 10. 22. 선고 2020도6258 판결
가. 사실관계
피고인은 피해자 주식회사 A에 대한 채무담보로 버스에 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피고인이 담보설정 후에 위 버스를 제3자에게 처분하여 소재가 불분명하게 하였고 이에 대하여 검사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A에게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유로 배임죄로 기소하였습니다.
나.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의 이행과정에서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의 경우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동차 등 특정동산 저당법」등에 따라 그 소유의 동산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 즉 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 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또한 저당권설정계약은 피담보채권의 발생을 위한 계약에 종된 계약으로, 피담보채무가 소멸하면 저당권설정계약상의 권리의무도 소멸하게 된다.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저당권설정계약의 체결이나 저당권 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채무자가 위와 같은 급부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고,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3. 마치며
위와 같은 판시에 더하여 대법원은 위 법리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에 따라 저당권이 설정된 동산을 채무자가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한 바 있습니다.
또한 위 설시로 인하여 이와 달리 채무 담보를 위하여 채권자에게 동산에 관하여 저당권 또는 공장저당권을 설정한 채무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도67 판결,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도11665 판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였습니다.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의 개념은 갈수록 엄격하게 해석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에는 민사법의 법리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형사사건에서 배임죄의 적용을 받는 경우에는 더욱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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