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가능한지에 관하여 김미진변호사|20-09-18본문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가능한지에 관하여
오늘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가능한지, 우리 법제와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대해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그럼 함께 알아볼까요?
1. 파탄주의? 유책주의?
여러분, 파탄주의와 유책주의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혼 청구에 있어 크게 두 가지 제도가 있는데요, 바로 파탄주의와 유책주의가 그것입니다.
파탄주의란, 결혼생활을 누가 깨뜨렸는지와 상관없이,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그 자체로 이혼을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이 경우 혼인 파탄에 대해 책임이 있는 배우자도 이혼청구권이 있게 됩니다.
반면 유책주의는, 배우자가 동거ㆍ부양ㆍ정조 등 혼인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저질러 이혼 사유가 명백하면 상대 배우자에게만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부정을 저지른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엄격하게 제한해 가정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2.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민법
그렇다면 우리 민법은 위 파탄주의, 유책주의 중 어느 제도를 취하고 있을까요? 우리 민법은 바로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법은 제840조에서 1호부터 6호까지 이혼 사유를 정하고 있고, 해당 이혼 사유가 충족될 경우 이혼 청구가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3.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무조건 불가능한 것인가요? 대법원 판례의 입장은 어떠한가요?
2015. 9. 15.에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에 관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례가 있었는데요(2015. 9. 15.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기존의 유책주의를 유지하되, 다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라도 이혼 청구가 가능한 경우의 기준을 설정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한 번 볼까요?
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입장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였는데요,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살펴보면,
① 우리나라에서는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상대방 배우자와 협의를 통하여 이혼을 할 수 있는 결이 열려 있는데, 이는 유책배우자라더라도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으로 상대방을 설득함으로써 이혼할 수 있는 방도가 있음을 뜻하므로, 유책배우자의 행복추구권을 위하여 재판상 이혼원인에 있어서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하여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② 또한 우리나라에는 파탄주의의 한계나 기준, 그리고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 등에 관해 아무런 법률 조항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따라서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인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므로, 민법 제840조 제6호 이혼사유에 관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아니하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은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나.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는 경우 및 판단 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입장
다만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데 있으므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없고 사회의 도덕관·윤리관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허용될 수 있다.”라고 예외적인 경우에 대해 판시하며, 아래와 같은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는데요.
①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②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③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
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결 론
결국 우리 법제는 이혼에 있어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어, 유책배우자는 이혼 청구가 불가능하지만, 대법원에서 제시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할 경우에는 유책배우자라도 이혼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 오늘의 결론이 되겠습니다. 위 대법원 판례에서 제시하는 내용을 구체적인 사안에 어떻게 대입할 지가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인데, 이러한 적용에 있어 전문성을 가진 이혼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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