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직원이 회사의 내부시스템에서 직원들의 정보를 조회하여 휴대전화번… 조민영변호사|20-02-11본문
1. 들어가며
경찰공무원인 피고인이, 경찰 내부 통합포털시스템인 ‘폴넷(POL NET)’ 게시판에 甲 등 경찰공무원 22명이 작성한 댓글이 피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이들을 고소하면서 경찰청 표준인사시스템인 ‘e사람’에 접속한 후 ‘직원조회’메뉴에 성명을 입력하여 위 22명의 휴대전화번호를 알아낸 다음 이를 고소장에 기재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함으로써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로서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고 권한 없이 개인정보를 유출하였다고 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과연 개인정보보호법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최근 항소심 판결이 있었습니다. 해당법리와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판단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창원지방법원 2020. 10. 6. 선고 2020고정111 판결
가. 사실 관계
○ 경찰공무원 공소외 1, 공소외 2는 2018. 1. 9. 및 같은 달 10일 경찰 통합포털시스템인 ‘폴넷(POL NET)’에 있는 ‘○○○○○’ 게시판에 △△△△경찰서 소속 경찰공무원 공소외 3이 2018. 1. 8. 등록한 ‘(제목 1 생략)’라는 제목의 글을 읽고 각각 댓글을 작성하였다.
○ 또한 경찰공무원인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8, 공소외 9, 공소외 10, 공소외 11, 공소외 12, 공소외 13, 공소외 14,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17, 공소외 18, 공소외 19, 공소외 20, 공소외 21, 공소외 22, 공소외 23은 2018. 2. 12.부터 같은 해 12. 24. 사이 위 게시판에 □□ □□경찰서 소속 경찰공무원 공소외 24가 2018. 2. 12. 등록한‘(제목 2 생략)’이라는 제목의 글에 각각 댓글을 작성하였다.
○ 피고인은 위 경찰공무원 공소외 1 등 22명이 작성한 댓글이 피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피고인을 모욕하는 내용이라고 판단하고 위 22명을 수사기관에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
○ 경찰청 표준인사시스템인 ‘e사람’에 경찰공무원의 성명을 입력하면 대상자의 소속 부서,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열람할 수 있는 ‘직원조회’ 메뉴가 있고(다만 휴대전화번호는 개인이 비공개로 설정한 경우 현출되지 않음), 조회 화면 하단에는 ‘내부직원 개인정보 사적 활용 금지’라는 경고문이 표시되어 있다. 피고인은 2018. 2. 8. 11:47경 통영시 (주소 생략)에 있는 ◇◇경찰서 ☆☆지구대 사무실에서, 그곳에 있는 업무용 컴퓨터로 위 ‘e사람’ 시스템에 접속한 후 ‘직원조회’ 메뉴에 공소외 1의 성명을 입력한 다음 위 공소외 1의 개인정보인 휴대전화번호 (생략)를 알아낸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8. 8. 1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e사람’ 시스템에 접속한 후 위 22명의 휴대전화번호를 알아낸 다음 위 22명으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음에도 22명에 대한 고소장에 위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하고, 같은 해 7. 9.경부터 같은 해 8. 13.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전주지방검찰청 등 5개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
○ 이로써 피고인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로서 업무상 알게 된 공소외 1 등 22명의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고, 정당한 권한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공소외 1 등 22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였다.
나. 법원의 판단
기록에 의하면, 경찰공무원인 피고인은 경찰 내부 통합포털시스템인 ‘폴넷’에서 경찰청 표준인사시스템인 ‘e사람’의 ‘직원조회’ 메뉴를 이용하여 같은 경찰공무원인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는데, 위 시스템은 경찰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동료직원을 찾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고, 휴대전화번호는 해당 직원이 공개를 허용한 경우에만 검색되는 사실, 피고인은 이러한 내부 직원검색에 관한 직접적인 업무를 담당하지는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위 조회 화면에는 ‘내부직원 개인정보 사적 활용 금지’라는 경고문이 표시되어 있기는 하나, 직원들은 업무적인 일 또는 개인적인 일로 동료직원의 연락처가 필요한 경우 별다른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제3회 공판기일에서 재생한 시스템접속영상 참조. 경찰이 경찰업무를 위해 일반 국민 또는 수사대상자에 대한 정보를 조회하는 ‘온라인조회’와는 달리 이러한 직원검색시스템은 폭넓은 접근 및 사용이 허락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동료들을 명예훼손죄로 수사기관에 고소하며 피고소인의 연락처 기재란에 위와 같이 취득한 휴대전화번호를 적은 것으로, 이를 피고인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개인정보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인이 작성한 고소장(증거기록 17쪽, 215쪽, 444쪽, 최종정리는 551쪽 이하)에는 피고소인의 성명, 직업, 사무실 주소와 사무실 전화번호까지 모두 정확히 기재되어 있고, 주민등록번호와 집 주소만 ‘불상’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여기에 휴대폰번호만이 추가된 것이다. 여기서 성명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개인정보’에 직접 해당하는 것이고 직업 및 사무실 주소까지 더하면 이미 피고소인이 충분히 특정된 상태인데 이 부분은 기소되지 않았는바, 여기에 부가하여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한 것이 별도의 개인정
보를 누설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3. 마치며
이 사건에서 재판부가 실제로 어떠한 사실을 근거로 처리하였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언뜻 보면, 공무원이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활용했기 때문에 이를 개인정보보호법위반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정보의 정의와 실제 행위 태양을 고려해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규율하는 법익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형사법 적용에 있어서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항상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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