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해당여부와 관련된 … 이창재변호사|21-08-25본문
1.들어가며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오늘은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해당여부와 관련된 판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 대법원 2021. 7. 15. 선고 2020도3514 판결
가.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3억 5,000만 원을 차용하면서 그 담보 목적으로 이 사건 전세보증금반환채권 5억 원 중 2억 2,000만 원(기존에 설정되어 있던 전세권근저당의 실제 피담보채무액 2억 8,000만 원 제외)을 양도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그 양도의 통지를 하기 전에 제3자에게 채권최고액을 2억 3,500만 원으로 하는 전세권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어 2억 2,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나. 관련 법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6. 18. 선고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금전채권채무 관계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의 급부이행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금전을 대여하고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채권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신임을 기초로 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임무를 부여하였다고 할 수 없고, 금전채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신의 급부의무의 이행으로서 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금전채권채무의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3247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기존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다른 금전채권을 채권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담보 목적 채권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등은 담보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며, 채권양도담보계약의 체결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피담보채권인 금전채권의 실현에 있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판결 등 참조). 따라서 채무자가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담보 목적 채권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고,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다. 판단
피고인의 담보가치 유지·보전에 관한 사무가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른 채무의 한 내용임을 넘어 피해자의 담보 목적 달성을 위한 신임관곙 기초한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양도담보에 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기 전에 제3자에게 전세권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어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3. 마치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금전을 차용하면서 그 담보 목적으로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을 양도해 주기로 하는 채권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채권양도통지를 하기 전에 제3자에게 전세권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어 피해자에게 채권양도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배임죄로 기소된 사건에 관하여, 대법원은 피고인의 담보가치 유지·보전에 관한 사무가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른 채무의 한 내용임을 넘어 피해자의 담보 목적 달성을 위한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신임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어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이었습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자가 범해야만 성립하는 이른바 진정신분범인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면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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