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특별한정승인의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1 김미진변호사|21-05-26본문
1.들어가며
민법은 빚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도록 채무 상속과 관련하여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상속포기는 상속인의 지위 자체를 포기하는 것으로 적극재산과 소극재산 모두를 상속받지 않는 것이고,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상속으로 취득하게 된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민법 제1019조 제1항은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있음을 규정하여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다만 제1019조 제3항에서 특별한정승인 규정을 두어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위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의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였는지’와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 요건을 판단해야 할까요? 관련하여 재미있는 판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1019조(승인, 포기의 기간) ①상속인은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연장할 수 있다. <개정 1990. 1. 13.>
②상속인은 제1항의 승인 또는 포기를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다. <개정 2002. 1. 14.>
③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제1항의 기간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제1026조제1호 및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신설 2002. 1. 14.>
제1020조(제한능력자의 승인·포기의 기간) 상속인이 제한능력자인 경우에는 제1019조 제1항의 기간은 그의 친권자 또는 후견인이 상속이 개시된 것을 안 날부터 기산한다. [전문개정 2011. 3. 7.]
민법 부칙(2002. 1. 14. 개정 법률 부칙 중 2005. 12. 29. 법률 제7765호로 개정된 것) ③(한정승인에 관한 경과조치) 1998년 5월 27일부터 이 법 시행 전까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자중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내에 알지 못하다가 이 법 시행전에 그 사실을 알고도 한정승인 신고를 하지 아니한 자는 이 법 시행일부터 3월 내에 제1019조 제3항의 개정규정에 의한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다만, 당해 기간 내에 한정승인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
2.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
가. 관련법리
민법 제1019조 제1항, 제3항의 각 기간은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기에 안정시켜 법적 불안 상태를 막기 위한 제척기간인 점,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정대리인 제도와 민법 제1020조의 내용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민법 제1019조 제3항이나 그 소급 적용에 관한 민법 부칙 제3항, 제4항에서 정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였는지’와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다440 판결,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2다15268 판결 참조).
나. 사실관계
소외1(피상속인)은 생전 피고에게 12,100,000원의 약속어음금 채무 부담
소외1 1993. 2. 19. 사망. 그 배우자 소외2와 자녀인 소외3 및 원고(당시 만6세)가 재산 공동상속
피고는 위 공동상속인을 상대로 약속어음금 청구의 소 제기, 1993. 12. 20. 승소판결을 받아 그 무렵 판결 확정 (원고 법정대리인 소외2가 당시 미성년자인 원고 대리)
피고는 2003. 11.경 시효 연장을 위하여 다시 소 제기, 2003. 12. 17. 이행권고결정 확정. 원고 법정대리인 소외2가 당시 미성년자인 원고를 대리하여 위 이행권고결정 송달받음
피고는 2013. 11. 경 재차 시효 연장을 위해 위 공동상속인들에게 소 제기, 공시송달로 진행되어 2014. 2. 12. 피고 승소 판결 선고 및 확정(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
피고는 이 사건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원고의 은행 예금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음
원고는 2017. 9. 25. 상속 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이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고, 이 사건 판결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이의의 소 제기
원고는 나이가 어려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2017. 9.경 피고의 신청에 따른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내려지면서 비로소 상속채무의 존재를 알게 되었음
다.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의 한정승인 신고 및 그 수리가 유효한지 여부이다. 이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에 따른 특별한정승인에서,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이를 알게 된 날’을 미성년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와 관련된다. 나아가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할 경우 특별한정승인이 불가능하더라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뒤에 본인이 직접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의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도 문제 된다.
상속개시 당시 원고는 미성년자였으므로 민법 제1019조 제3항과 민법 부칙 제4항에서 정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을 판단할 때에는 원고의 법정대리인 소외 2의 인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소외 2는 소외 1의 배우자로서 소외 1이 사망한 1993. 2. 18. 무렵 상속개시 사실과 상속재산 중 적극재산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1993년경과 2003년경 두 차례에 걸쳐 소외1의 공동상속인을 상대로 약속어음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과 이행권고결정을 받아 각각 확정되었으므로, 당시 친권자인 법정대리인으로서 미성년자인 원고를 대리하여 위 소송에 관여하였던 소외 2로서는 위 판결이나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된 무렵에는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이 원고의 법정대리인 소외 2가 1998. 5. 27. 전인 첫 번째 소송 과정에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것이 맞는다면, 원고에게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으므로, 원고가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애당초 없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소외 2가 두 번째 소송이 계속된 2003년경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면, 원고에게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될 수는 있겠으나, 이 경우에도 상속채무 초과사실에 관한 소외 2의 인식을 기준으로 민법 부칙 제4항에 따른 제척기간(개정된 부칙 제4항이 시행된 2005. 12. 29.부터 3월)이 이미 지난 상태이므로 원고는 더 이상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2017. 9. 25.에 한 특별한정승인 신고는 어느 모로 보나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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