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협의이혼 숙려기간 중 부정행위 김미진변호사|21-05-27본문
1. 들어가며
이미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된 경우 그 이후 제3자와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의 사유로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비록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아니하였지만 이처럼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그로 인하여 배우자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법률관계는 재판상 이혼청구가 계속 중에 있다거나 재판상 이혼이 청구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그렇다면 협의이혼의 경우, 협의이혼의사확인을 신청하고 협의이혼 숙려기간 중이라면 이미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났다고 보아 위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어 판단할 수 있을까요?
2. 부산가법 2020. 2. 14. 선고 2018드단205427, 2019드단209969 판결
가. 사실관계
원고의 배드민턴 동호회 활동에 불만을 가진 피고가 동호회 활동을 그만둘 것을 요구하자 원고가 이를 거절하면서 이혼을 요구, 피고가 이에 응하면서 원고와 피고는 2018. 2. 14.경 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
원고는 2018. 1. 말 또는 2018. 2. 초경부터 배드민턴 동호회 회장인 소외 1과 만남 시작
피고는 원고와 소외1의 관계를 알게 되었고, 2018. 3. 22.경에는 위 동호회 회원들에게 원고와 소외1의 부정행위를 알리기도 함
원고는 2018. 4. 4.경부터 피고와 별거
나. 판단
원고과 소외1이 교제하기 시작한 정확한 날짜를 특정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일 이후 숙려기간에 교제한 점에 대해서는 원고도 인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부간 갈등과정에서 별거기간 또는 협의이혼 숙려기간은 혼인관계 유지 등에 관한 진지한 고민의 시간이자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의 시간이기도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협의기간 숙려기간 중 다른 이성과 교제하는 것 역시 혼인관계의 유지를 방해하고 상대방의 신뢰를 훼손하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나아가 원고가 소외1이 교제를 시작한 시기, 원고와 피고 사이의 갈등이 증폭된 경위와 그 시기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소외1의 관계가 이 사건 혼인관계 파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에게도 혼인기간 동안 원고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원고를 비난하고 통제하려는 가부장적인 방법으로 갈등을 무마하려 한 잘못이 있으나, 그 책임의 정도가 원고의 책임을 상쇄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혼인기간 동안 상호 간에 누적된 불만과 갈등에 더하여 원고와 소외 1의 부적절한 관계가 주요한 원인이 되어 파탄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 책임은 원고에게 조금 더 있다고 판단된다.
3. 마치며
위 판례는 부부가 협의이혼의사확인을 신청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동거하고 있었고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났다고 까지 보기에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고가 제3자와 부정행위를 저질렀고, 위 부정행위가 혼인관계 파탄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고려해 원고의 부정행위를 불법행위로 인정한 사례였습니다.
똑같이 협의이혼을 신청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별거한지 오래되었고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난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면 위 판례와는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것도 가능할 것이므로, 실제 상황이 어떠한지에 유의해 판단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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