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교회의 의사결정구조에 관하여 조민영변호사|21-03-25본문
[교회] 교회의 의사결정구조에 관하여
1. 들어가며
교회가 평안할 때는 소위 ‘은혜’로 해결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인들은 교회의 의사결정구조에 관여하지 않습니다(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쟁이 생겼을 때에는 의사결정구조에 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부당한 상황에서 구제받을 수가 있습니다. 오늘은 이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공동의회
보통 교회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담임목사 내지 장로로 구성된 당회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교회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은 바로 공동의회입니다.
평상시에 당회가 교회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 같으시겠지만 당회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그렇게 해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바로 공동의회에서 그렇게 하도록 위임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기억이 없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바로 정관에 그 근거가 있습니다. 통상의 경우 정관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공동의회 회원 1/2 이상 출석하여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요, 정관의 법적 성질을 계약으로 보고 공동의회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을 계약으로의 편입으로 보는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공동의회가 당회에 그러한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것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나중에 공동의회 회원이 된 교인들이 자신은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사실이 없다고 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그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동의회는 이론적으로 교회 내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비법인사단의 법리가 적용되는 교회에서 사원총회가 바로 공동의회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교회에서는 보통 공동의회는 예산, 결산, 그리고 직원 투표의 기능만 하고 계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관에서 대부분의 주요 기능을 당회에 위임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법인사단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예산, 결산, 투표의 기능은 곧바로 정당성의 문제로 직결되는 것이라 함부로 당회에 위임하기도 애매합니다(장로교 정치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단의 헌법 등과 관련하여 비법인사단의 법리와 부딪히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저의 소견으로는 초기 법률발전에서 교회법이 상당한 기여를 하였지만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사회법이 눈부시게 발전하였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교회법이 근대화에는 실패했다고 판단됩니다(소위 ‘은혜’라는 것이 현대적 개념으로는 ADR의 기능을 한 것은 사실이니 이 부분은 높게 평가 할 수 있습니다).
3. 제직회
그 다음은 제직회가 있습니다. 사실 법률적으로 제직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부분의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4. 당회
당회는 현대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관입니다. 교회에서 대부분의 행위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기관입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정관에서 혹은 교단 헌법에서 그러한 위임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회도 비법인사단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은 없습니다. 이는 판례의 확고한 법리로, 위와 같은 행위는 절대적 무효라서, 심지어는 등기까지 이전되었더라도 효력이 없습니다. 최근에는 이를 피하기 위해서 당회의 권한에 아예 부동산 처분권까지 포함시키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요, 장로교 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판례의 취지에 따르면 정관에서 당회에 부동산 처분권을 위임하였다면 그 역시 공동의회의 의사로 위임된 것이므로 적법하다고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단 헌법 상 당회의 권한이나 개교회의 정관에 기재된 당회의 권한은 무소불위입니다. 어떻게 설명드려야 감이 오실지는 모르겠지만 아까도 설명드렸듯이 교회법은 사회적인 관점에서 근대화에는 실패하였습니다(근대화에 실패하였다는 것이 서구중심주의적 사고라고 비판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 결과 입법·사법·행정이 당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근대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3권 분립이 얼마나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생각해본다면, 이는 굉장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튼, 대부분의 교단 그리고 대부분의 교회 정관에서는 위와 같은 장로교 정치(장로교 이후 분화된 교단들도 대부분 당회, 노회, 총회의 권력구조로 3권이 집중되어 있습니다)가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고, 평상시의 교인들은 이와 같은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예를 들어, 당회장(담임목사)이 교회를 장악하고자 반대파 교인들을 재판에 회부하기로 작정했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요? 자신의 측근을 시켜서 고소하고 자신이 재판장이 됩니다. 대통령이 갑자기 검사가 되어 기소하고 갑자기 재판장이 되어 유죄판결을 내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에 대하여 상회인 노회에 항소할 수 있고, 총회에서도 항소가 가능한 구조이기는 한데, 이 부분에 대한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을 하셔야 합니다.
장로교 정치는 장점도 많습니다. 이론상으로 목회자와 평신도가 협력하여 교회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민주주의의 원리가 적용됩니다. 어쨌든 위임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혹은 치리장로가 되기 위해서는 공동의회에서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철저하게 교회의 리더를 신뢰하고 나아가는 조직이기 때문에 굉장히 진취적이고 혁신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장로교 정치의 장점을 계속 발전시켜나가면 교회적으로도 이로울 것입니다.
5. 마치며
짧은 칼럼을 작성한다는 것이, 꽤 길어졌습니다. 요지는 장로교 정치의 구조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권력은 견제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회나 총회가 상회로서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평신도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하고, 이에 대해서 정말 교회를 살린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교인들은, 공동의회 회원들은 누구보다 교회를 책임져야 합니다. 사실 지금의 권력구도가 만들어진 것은 담임목사보다 교회를 사랑하는 교인이 경험적으로 적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 사견으로는 장로교 정치와 민주주의 원리는 책임지는 자세로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평상시에 다 맡겨놓고 방관하다가 자신이 보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딴지를 거는 것 또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닐 것입니다.
장로교 정치는 함께 책임지고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이를 실천할 때, 비로소 ‘은혜’로운 교회가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