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개인채무와 법인격 부인 최준영변호사|21-05-04본문
1. 들어가며
법인 등을 운영하는 자가 사업체가 아닌 개인의 명의로 채무를 지고 있는 경우, 만약 그 개인 명의의 재산이 없는 경우 채권자의 입장에선 법인인 개인사업체를 개인과 동일하게 보아 법인 또한 채무 이행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를 법률적으로 ‘법인격 부인’이라고 표현하는데요,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라고 보아 개인의 채무에 관하여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정의와 공평에 원칙에 심히 어긋나는 경우 회사와 개인을 동일한 법인격으로 보아 회사에게도 개인의 채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법인과 개인의 법인격을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는 우리 민법 체계에 예외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적용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최근 법인격 부인에 관하여 이를 인정한 판결이 있었는바, 오늘은 이에 관하여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2. 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9다293449 판결
-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던 갑은 원고에게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는데, 영업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이 동일한 피고 법인을 설립하였습니다. 갑을 제외한 피고 법인의 주주들도 갑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였고, 갑의 개인사업체의 모든 자산이 피고 법인에게 이전된 반면, 갑은 자본금 3억 원으로 설립된 피고 주식 중 50%를 취득한 외에 아무런 대가를 지급받지 않은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개인과 회사의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등 개인이 새로 설립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회사 설립과 관련된 개인의 자산 변동 내역, 특히 개인의 자산이 설립된 회사에 이전되었다면 그에 대하여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개인의 자산이 회사에 유용되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 및 제3자에 대한 회사의 채무 부담 여부와 그 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 설립 전 개인의 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에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사안의 경우 갑이 기존에 운영하던 개인사업체의 모든 자산을 새로이 설립한 피고 법인에 이전하였고, 피고 법인의 기존의 개인 사업체와 영업목적, 물적설비, 인적구성원 등이 모두 동일한 점을 고려하여 피고 법인의 법 인격을 부인하여 피고 법인에게도 원고에게 채무 이행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마치며
법인 등을 운영하는 자에게 채권이 있는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채무자와 거의 동등하다고 판단되는 법인에 채무 이행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법원은 위의 사안처럼 엄격한 기준 아래에서 법인격 부인의 법리를 적용하여 법인에 대한 채무 이행 의무를 인정하고 있는바, 위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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